우리는 2년 전 영결식장에서 고 장진수 동지를 보내며 이런 약속을 했습니다.

고 장진수 동지의 성실함, 노동운동을 하시며 온 몸과 마음을 다 쏟아 붓는 열정, 올곧은 성품, 옳은 일과 불의를 명확히 구별하는 해안을 가지고 맡서 싸우며 살아오신 장진수의 삶을 우리가 기억하고 모범으로 삼아 따라 갈 것을 약속했습니다.
그것이 고 장진수 동지를 영원히 살리는 길이라는 것을 믿고, 우리 모두 장진수 동지처럼 살아갈 것을 고인 앞에서 약속했습니다.
당신의 분신 기훈이와 정훈이가 아버지를 자랑스러워할 수 있도록 당신 모범을 따르는 후배가 될 것을 약속했습니다. 기훈이와 정훈이가 자랑스러워하는 삼촌이, 누나가, 형이 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리고 1년전 이 자리
동지 앞에 당당히 설 수 있는 노동자로 되겠다고, 멀리서 나마 동지가 입가에 미소를 띠우며 우리들을 대견스러운 표정으로, 조금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실 수 있도록 열심히 살아가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이곳에 올 때마다 조금씩 나아진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더 초라하고 작아진 모습으로 이 자리에 서 있습니다.

부끄러움에 고개를 들 수가 없습니다.
늘 조합원들에 대한 믿음 하나로 모든 것을 판단하고 실천하던 선배에 얼굴을 볼 낯이 없습니다.

한국노총이 이렇게 되도록 나는 무엇을 했는지 반성하고 또 반성했지만, 선배님 생전의 열정과 실천력을 따라가지 못하는 우리들은 정말 정말 죄인입니다.
노동3권마저 부정하며, 무지막지한 탄압으로 노동자들의 숨통을 조여 오는 이명박 정부에 맞서 당당히 싸우지 못하는 우리들이 이렇게 무기력하게 이 자리에 서있습니다.

얼마 전 부천에 레미콘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었습니다.
그 분들을 상담하며 저는 고민했습니다. 아 정말 힘든 싸움이 예상되는 구나..
잠시지만 어떻게 할까? 를 고민했습니다. 투쟁하는 것이 두려워 잠시지만 고민했습니다.

그런데 그 분들을 상담하는 자리에 흉상이지만 선배님이 옆에 계셔서 그런 고민하는 모습을 들킬까 겁났고, 옆에 계셔서 힘이 되었습니다.
그 날처럼 우리를 꾸짖어 주세요. 그리고 힘이 되어 주세요.

1년 전 장진수 선배님의 흉상을 세우며 당신에 대한 그리움에 복받쳐 눈물을 흘렸지만 오늘은 약속을 지키지 못한 죄스러움과, 저의 나약함이 미워 눈물이 납니다.

장진수 선배님이 계셨더라면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하셨을까? 우리에게 뭐라 하셨을까?를 생각하면 미안하고 창피한 마음만 더 커집니다.

오늘 이 추모제는 무너진 한국노총의 신뢰를 회복하고, 지도력을 세워 내고,  당당히 투쟁의 현장에 나설 수 있도록, 우리가 당신의 모범을 실천하겠다는 다짐을 다시하는 자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이 자리에 함께 하신 모든 분들이 다시 다짐하고 약속하는 자리였으면 합니다.

우리들이 자신이 처한 위치와 조건 속에서 진정 노동자다운 조직을 건설하기 위해 밑거름이 되고, 지렛대가 되고, 지렛대의 받침목이 될 수 있도록 새롭게 다짐하는 자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내년에는 그 다짐을 실천하고, 작은 성과라도 가지고 이 자리에 와서 장진수 동지를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장진수 동지와 함께 우리를 지켜보고 계실 전태일 열사와 김태환 열사께도 당당히 우리들의 실천을 자랑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국민의 절대 다수인 노동자를 국민이라 생각하지 않는,
이 땅에서 함께 살고 있는 것을 용납하기 조차 싫은 이명박정권에 맞서 싸우겠습니다.
불법의 멍에를 벗어 던지고, 우뚝 선 특수고용노동자 후배들이 이 자리에 함께 찾아와 선배를 기억하도록 더 열심히, 더 진지하게, 신심을 바쳐 살아가겠습니다.

2009년 12월 4일

부끄러운 마음에, 죄스러운 마음에 괴로워하는 후배 김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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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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